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배경은 저녁. 약간 을씨년스러운 날씨. 주변은 살짝 홍콩 같았고, 유동인구는 다음 주 월요일이 임시공휴일인 주의 토요일 밤 홍대 같았다. 굴곡 없는 좁은 길. 나, 그리고 어떤 이와 어떤 이의 친구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, 내가 그 둘에게 살짝씩 물리적 거릴 두고 있었다. 그러다 아주 불현듯 썰물처럼 사람들이 많아지더니 내가 그 인파에 부딪혀 이리저리 치이기 시작했다. 그 인파 속 함께 흘러들어와 껴있던 어떤 이의 재킷(옷깃)에 내가 담배빵을 내버린 것 같았고, 황급히 그쪽으로 몸을 틀어 괜찮냐고 물어봤지만 그 사람은 어쩐지 묘하게 굳은 얼굴로 괜찮다고만 하고 나를 거푸 인파 밖으로 밀어내려 했다. 나는 계속 당황했지만 그 순간에도 사람들은 점점 더 불어났다. 무언가 고요하게 아수라장이 되고 있었다. 풀썩풀썩 거리는 무거운 옷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. 금방 또 사라져버린 그이를 찾아보려 고개를 쉴 틈 없이 돌렸다. 머리가 다 까진 미친 노인네 하나가 무표정으로 사람을 네 번 찌르는 걸 봤다. 주변엔 비명 한줄기 없었다. 그 거센 인해 속에서 자기 앞뒤 양옆의 사람을 마구잡이로 쑤시고 있었다. 노인의 얼굴엔 피가 튀었고, 등을 찔린 사람들은 아까 그 옷감 떨어지는 소릴 내며 말도 없이 그 자리에 누워 죽었다. '도망가야겠다'라고 생각한 순간에도 칼 든 노인은 영화에서나 들을 법한 나이프 효과음을 내며 주변인들을 죽이고 있었다. 빽빽한 사람들의 틈으로 아무리 몸을 끼워 넣어 도망쳐봐도 죽음이 가까워지는... 숨 막히고 무서운 기분이었다. 왜 아까, 어떤 이가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이해했을 때쯤 어떤 이는 다시 내 옆에 나타나 ‘그쪽 아니라니까’라고 말하면서 내 팔을 잡아당겨 안아줬고, 곧장 그 뒤로 아까 들었던 칼찍는 효과음이 아주 크게 네 번 났다. 나는 어떤 이의 마지막 얼굴을 보지 못했고 그대로 같이 고꾸라졌다. 의식이 없어진 것 같은 그를 두고 패닉에 빠지자마자 어떤 이의 친구가 날 잡고 도망쳤다. 퍼뜩 잠에서 깼고, 신기하게 오에스티같은 멜로디 한 소절도 머릿속에 남아있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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